[정상조 교수의 법률시평] 인터넷을 이끌어주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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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Hit 8,573회 작성일Date 08-10-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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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신문 (발행일자: 2008년 10월 27일)
정상조 교수의 법률시평 〓 인터넷을 이끌어주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고 싶다 〓
우리나라 IT경쟁력은 지난 2007년 조사에서 3위를 차지했으나 2008년 조사 결과 8위로 추락했다고 한다. IT 경쟁력의 판단기준에 권리보호를 위한 법체계와 정부의 리더십이 중요한 기준으로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작권법의 개정이나 사이버 모욕죄의 신설과 관련해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조사결과임에 틀림없다.
여러 차례의 법개정을 통해서 저작권이 강화되어 왔지만, 결과적으로 권리보호의 수준과 관련 부처의 리더십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심각한 반성을 해보아야 한다. 시장경제를 무시하고 얄팍한 정치논리를 앞세워 청와대와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인터넷규제법안을 발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IT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과잉규제를 하게 된 것은 아닌지 많은 불만들이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법 개정안에 의하면 불법복제물의 삭제명령을 3번 이상 받은 인터넷 게시판에 대해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그 폐지를 명령할 수 있고 이용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판단되는 인터넷사이트에 대해서는 폐쇄(shutdown)를 명령할 수 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강도의 인터넷규제인 것이다. 인터넷서비스제공자가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균형잡힌 판단이 절실히 필요한 문제인데, 행정부가 재판절차 없이 게시판을 폐지해서 인터넷 이용을 막아버리고 사이트 셧다운으로 영업을 못하게 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입법인지 모르겠다.
음반판매량의 감소로 인한 음반제작업자의 불만을 달래주기 위해서 게시판/사이트 셧다운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과잉규제이다. 음반판매량의 감소는 기술발전과 시장변화로 인해서 필연적으로 초래되는 현상이다. 100년 전 질레트가 공짜 면도기를 나눠주고 일회용 면도날 시장을 만들었던 것이나, 구글이 공짜 휴대폰을 나눠주고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검색광고 시장을 확대시키려고 하는 등 시장의 변화를 선도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모델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행정부의 명령으로 게시판이나 사이트를 닫아버리고 적법한 이용자들마저 출입할 수 없도록 한다면, 인터넷을 통한 정보와 콘텐츠의 유통은 포기하고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갈 것을 강요하는 것인가? 재판절차도 거치지 않고 행정부가 게시판·사이트의 셧다운을 명령하는 것은 사이트운영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정편의적인 조치이다. 음악의 유통에 관해서도 기술발전을 고려한 새로운 수익창출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저작권침해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극히 후진국적인 발상이다. 미국의 냅스터(Napster)와 달리 한국의 소리바다의 운영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국내 저작권보호현실이 더 개선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오히려 형사처벌의 가능성이 청소년들에게 손해배상액의 수십 배에 달하는 과다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일부 로펌의 협박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고, 몇몇 청소년은 위협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하기도 했다. 정부는 최진실의 죽음에 대해서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해야 한다고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불합리한 형사처벌규정으로 인한 청소년의 자살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사이버모욕죄의 신설은 또 하나의 후진국형 입법이다. 현행 형법과 정통망법의 형사처벌규정은 선진국 이상의 강력한 처벌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사이버모욕죄를 비친고죄로 규정해서 고소 없이 검찰이 게시판이나 메신저들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뿐이다. 우리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새 정부 초기에 검찰은 조용히 민생치안사범의 처리에 전념해주도록 하고, 사이버모욕죄의 신설을 통해서 반정부 의견을 사전검열하려고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인터넷상 괴담은 네티즌들과 포털의 자율적인 노력과 현행법의 충실한 집행으로 해결해야 한다. 언론도 인터넷상의 괴담을 그대로 전달하는 형태의 무책임한 보도는 그만 두어야 한다. 서울대 대학신문의 조사에 의하면, 뉴스매체로 포털이 41.5%, TV가 22.8%, 일간지가 11%에 머물고 있지만, 포털의 뉴스는 대부분 일간지 뉴스를 링크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터넷 괴담의 확대재생산에는 TV와 일간지의 책임이 더욱 막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고 인터넷규제를 강화하려고 하는 것은 기존 언론사주들이 포털을 견제하기 위한 시도를 도와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분명한 사실은 인터넷 없이는 TV도 일간지도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인터넷 없이는 대통령도 나라를 이끌어 나가기 어렵다. 인터넷은 21세기를 만들어가는 생물과 같은 것이어서, 굴뚝산업을 쥐고 흔드는 60년대식 규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터넷의 활성화를 통해서 언론도 살고 문화산업도 발전하고 대통령도 존경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 인터넷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주고 인터넷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고 싶다.
/ 서울대 법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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