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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인공지능, 법에게 미래를 묻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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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명 | 정상조 |
출판사 | 사회평론(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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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몰고 올 21세기 산업혁명은 18세기 산업혁명보다 10배 더 빠르게 그리고 300배 더 커다란 규모로 진행되리라 예상된다. 머지않아 로봇을 활용해 도약에 성공한 신종 국가와 그렇지 못한 토종 국가 사이에 커다란 격차가 생겨나 21세기형 ‘대분기great divergence’가 완성될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대분기를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기술 혁신을 통해 재도약할 것인지 아니면 시간만 흘려보내며 토종 국가로 퇴보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 p.16 ‘데이터 산업의 서막이 오르다’ 중에서
이제는 ‘로봇 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 성 인지 감수성을 갖고 성차별 문제를 바라볼 때 비로소 성 평등 시대가 열리고 그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것처럼, ‘로봇 인지 감수성’을 갖고 로봇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아야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고 로봇 시대에 적응할 수 있다.
- p.32 ‘로봇 인지 감수성, 필요할까’ 중에서
실제 도서관이 교수와 학생이 이용하기 좋은 공간이라면,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은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곳이다. 사람은 디지털 도서관에 소장된 책을 다 읽을 수도 없고, 또 그 책만 읽으면서 살 수도 없지만, 인공지능은 전원이 공급되는 한 계속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 아이러니하게도 구글의 구텐베르크 사업은 사람이 아닌 로봇과 인공지능을 위한 사업에 더 가까워진 셈이다.
- p.42 ‘로봇의 학습은 인간과 왜 다를까’ 중에서
사람이 저작물을 학습하는 행위와 달리 인공지능의 데이터 학습은 법 위반의 지뢰밭을 통과하는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모험이다. 상식과 달라서 당황스러울 수 있겠지만, 현행법상으로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거나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하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 행위다. 그런데 인터넷에 공개된 콘텐츠를 수집할 때 현실적으로 일일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기 어려우므로, 현재 법적으로 가장 중요한 논쟁거리는 결국 데이터의 수집과 이용이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 p. 58 데이터 학습의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일까
‘누가 벨라미 초상화의 화가인가’라는 문제는 ‘누가 낙찰가 5억 원을 받을 수 있는가’라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로 직결된다. 그 답은 ‘법적으로 벨라미 초상화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가’에 달려있다. 비슷한 문제로 로봇이 음악을 작곡하거나 소설을 쓴다면 작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작품의 저작권을 누가 갖는지 등이 제기될 수 있다.
- p.94 ‘인공지능의 창작은 누구의 몫인가’ 중에서
3년 전 유럽연합 의회는 로봇이 권리를 가지고 의무를 부담할 수 있도록 전자 인격체electronic personhood로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비록 통과되지 못했지만,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소위 ‘로봇 기본법’을 발의해 로봇에게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전자 인격체 지위를 부여하려고 시도한 적 있었다.
- p.112 ‘인공지능의 창작은 누구의 몫인가’ 중에서
아이가 어른의 언행을 보고 배우는 것처럼, 로봇 역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그대로 배워서 반복한다. 로봇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동안 우리가 직시하지 않으려 했던 우리 안의 편견과 차별을 거울처럼 명료하게 비춰준다. 공교롭게도 이루다가 출시된 날은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국가 AI 윤리 기준’을 확정한 날이기도 하다. (…) 우리 안의 편견과 차별을 그대로 놔둔 채 로봇의 알고리즘이 문제를 간편히 해결해줄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 p.132 ‘로봇은 왜 인간을 차별할까’ 중에서
개인정보 수집 동의의 영향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는 더욱더 많은 개인 데이터를 숨 쉬듯 생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인공지능 스피커처럼 우리 바로 옆에 있는 로봇을 통해, 내비게이션과 자율주행자동차의 기록을 통해, 한 몸처럼 동기화된 휴대전화와 노트북 이용 패턴을 통해 수많은 개인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우리의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도 점점 다양해진다. 통신 사업자, 내비게이션 사업자, 자동차 제조업자, 포털 사업자 등 다양한 기업이 제각각 우리의 자동차 운행 시간, 이동 경로, 방문지, 선호하는 음악과 콘텐츠, 방문한 웹사이트 등 다양한 개인정보를 갖고 활용한다.
- p.155 ‘빅 브라더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중에서
중국 정부는 시민들의 사회 신용을 점수화하기 위해 톈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한다. 좋은 인민과 나쁜 인민을 구분하고 계급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회신용체계에서는 일반적인 소비 내역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가 신용 평가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활동에는 성매매나 교통 법규 위반 등이 포함된다. 이동 중인 기차 안에서 식사했다거나 쓰레기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가벼운 사건 역시 부정적인 점수를 받는다. 반대로 헌혈이나 기부, 봉사활동 등의 선행은 긍정적인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활동에 속한다.
- p.165 ‘빅 브라더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중에서
물론 영화 〈기생충〉의 알레고리를 로봇 시대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빈부격차 자체는 심해지지만, 누가 기생충parasite이고 누가 숙주host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로봇을 보유한 이든 그렇지 못한 이든, 누구를 우리 사회에 기생하는 기생충으로 규정할지는 우리가 만들어갈 사회의 모습, 미래 정책과 제도에 크게 좌우되리라는 사실이다.
- p.180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정치가 필요할까’ 중에서